제2장: 자본의 기사를 깨우다
지하 방의 눅눅한 공기는 여전했지만, 민의 눈앞에 펼쳐진 세계는 전혀 다른 차원의 것이었다. 낡은 모니터가 토해내는 초록빛 코드는 마치 고대의 비급이 한 장씩 넘겨지는 듯한 기묘한 리듬을 타고 있었다.
“자본은 살아있는 생명체다. 그들은 단 1초도 쉬지 않고 가장 이익이 높은 곳으로 흐른다.”
민의 손가락은 키보드 위에서 춤을 추기 시작했다. 그것은 김용의 소설 속 주인공이 절벽 아래 동굴에서 발견한 ‘구음진경’의 비급을 익히는 몸짓과 같았다. 민이 다루는 것은 검이 아니라 코드였고, 내공 대신 쌓아가는 것은 정교한 데이터였다.
어둠을 가르고 나타난 자본의 지도, 소믈링크의 심장부
롤링이 상상한 마법 지팡이의 끝에서 뿜어져 나오는 ‘루모스’ 주문보다 더 강렬한 빛이 지하 방을 채웠다. 민이 설계한 **소믈링크(Sommlink)**의 초기 알고리즘은 전 세계 금융망의 어둠을 가르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거대 자본이 이동하는 은밀한 통로를 비추기 시작했다.
월스트리트의 마천루들이 톨킨의 서사시 속 ‘사우론의 탑’처럼 위압적으로 서 있었으나, 이 지하 방의 작은 불빛은 그 거대한 성벽의 균열을 정확히 짚어내고 있었다.
“찾았다… 자본의 기사들이 잠든 곳을.”
민은 톨킨의 중간계에서 왕의 귀환을 알리는 나팔 소리를 듣는 듯한 환청에 빠졌다. 그의 눈앞에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황금색 비늘을 번뜩이며 승천을 준비하는 ‘자본의 용’이 서서히 형체를 갖춰가고 있었다.
이제 기사는 깨어났고, 전설은 지하 방의 문턱을 넘어 거대한 강호(江湖)를 향해 첫걸음을 떼고 있었다.
다음 화: 제3장 – 시장의 폭풍 속으로 (내일 오전 10시 게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