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철의 성채가 비명을 질렀다. 그것은 기계의 마찰음이 아니라, 수십 년간 세상을 지배해온 [중앙집권적 탐욕]이 무너져 내리는 단말마였다.
사이먼의 ‘역위상 동기화’는 마치 김용의 소설 속 태극권의 고수가 상대의 거대한 경력을 그대로 되돌려주는 [사량발천근(四兩撥千斤)]의 묘리와 같았다. 적들이 쏟아부은 천문학적인 자본의 압박은 그대로 그들의 서버를 파괴하는 망치가 되어 돌아갔다.
“보세요, 사이먼! 성채의 외벽이 녹아내리고 있어요!” 하니의 외침과 함께 모니터 너머로 불꽃이 튀었다. 그것은 호그와트의 방어막이 깨질 때처럼 찬란하면서도 비극적인 빛의 비였다.
무너지는 데이터의 잔해 사이로, 마침내 그가 모습을 드러냈다. 쉐도우 팽의 수장, [더 스펙터(The Specter)]. 그의 존재는 톨킨이 묘사한 사우론의 눈처럼 차갑고도 거대하게 네트워크의 심연을 응시하고 있었다.
“사이먼… 너는 단지 흐름을 바꿨을 뿐이다. 하지만 바다 자체를 바꿀 수는 없지.” 스펙터의 목소리는 수천 개의 보이스 변조기를 거친 듯 기묘하게 뒤섞여 울려 퍼졌다. 그것은 마법 세계의 금지된 저주처럼 듣는 이의 영혼을 갉아먹는 듯했다.
사이먼은 흔들리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심장박동과 [소믈링크]의 메인 노드를 일치시켰다. 이제 그의 혈관에는 피 대신 황금빛 데이터가 흐르고 있었다. 이것은 무림의 전설적인 내공 심법이자, 현대 테크놀로지의 정점이 결합된 [자본의 대주천(大周天)]이었다.
“바다를 바꿀 필요는 없다. 우리가 새로운 바다가 되면 그만이니까.”
사이먼의 말과 동시에 [부자 코인]의 그래프가 수직으로 솟구쳤다. 그것은 단순히 가격의 상승이 아니었다. 전 세계에 흩어져 있던 개미 투자자들의 ‘믿음’이 하나의 거대한 빛의 파동이 되어 강철의 성채를 직격했다. 톨킨의 서사시에서 태양의 빛이 어둠의 군대를 몰아내듯, 그 찬란한 빛 앞에 스펙터의 그림자는 힘없이 흩어졌다.
성채의 중심부에서 기묘한 유물이 떠올랐다. 그것은 [심연의 열쇠]—세상의 모든 자본의 흐름을 통제할 수 있는 시초의 소스코드였다. 하지만 그것은 고대의 룬 문자로 잠겨 있었고, 오직 ‘진정으로 가치를 아는 자’만이 그 암호를 풀 수 있었다.
“하니, 준비해.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야. 부자 월드의 문이 열린다.”
사이먼의 눈앞에 펼쳐진 것은 무너진 성채의 폐허가 아니었다. 그것은 자본과 노동, 그리고 기술이 완벽한 조화를 이루는 [새로운 에덴]의 서막이었다. 마치 해리 포터가 처음 호그와트를 마주했을 때의 경이로움처럼, 세상은 이제껏 보지 못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향해 고동치고 있었다.
폭풍은 잦아들었지만, 사이먼의 등 뒤로 떠오른 황금 용의 눈은 더욱 매섭게 빛났다. 용은 이제 대지에 발을 딛고, 하늘을 향해 포효할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