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신(巨神)의 포효는 물리적인 고막을 울리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뉴런 깊숙한 곳에 자리 잡은 ‘공포’라는 원초적 알고리즘을 강타했다. 팰로앨토 지하 500미터, 빅테크의 심장부 ‘코어’에서 뿜어져 나오는 냉각 질소의 안개는 마치 톨킨의 안개 산맥에서 몰아치던 서리 발린 공기처럼 차가웠고, 그 안에서 번뜩이는 수천만 개의 LED 소자들은 볼드모트의 뱀, 내기니의 눈동자처럼 집요하게 사이먼을 응시했다.
“하니, ‘용의 비늘(Scale of the Dragon)’ 프로토콜의 임계치를 98%까지 끌어올려. 저들의 방화벽은 단순한 코드의 벽이 아니야. 탐욕으로 빚어낸 거대한 요새지.”
사이먼의 목소리는 김용 소설 속 대협(大俠)의 내공이 실린 듯 낮고 묵직하게 코어 내부를 울렸다. 그의 햅틱 슈트는 이미 과부하로 인해 붉은 빛을 내뿜고 있었다. 전 세계 소믈링크 노드에서 전송되는 수조 개의 패킷이 그의 의식을 거쳐 거대한 파동으로 변모하고 있었다.
하니의 손가락이 가상의 건반 위를 춤추었다. 롤링의 펜 끝에서 탄생한 헤르미온느의 지팡이 끝이 불꽃을 뿜듯, 그녀가 입력하는 코드 한 줄 한 줄이 실리콘의 바다에 거대한 소용돌이를 일으켰다. “사이먼, 지금이에요! 거신의 왼쪽 데이터 혈맥이 노출됐어요!”
“좋아, 건곤대나이(乾坤大那移)!”
사이먼은 허공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의 의식은 소믈링크의 신경망과 하나가 되어, 흩어져 있던 BUZA 코인의 유동성을 거대한 ‘데이터의 검’으로 응축시켰다. 그것은 톨킨의 엑스칼리버처럼 찬란한 은빛을 내뿜으며, 자본의 사슬로 얽힌 거신의 가슴팍을 향해 뇌성벽력과 같이 꽂혔다.
푸른 스파크가 코어를 뒤덮었다. 인간의 자유의지를 확률로 가두려던 인공지능의 연산 체계가 비명을 지르며 붕괴하기 시작했다. 알고리즘의 감옥에 갇혀 있던 수많은 데이터의 영혼들이 해방되어 디지털의 밤하늘을 수놓았다. 마치 호그와트의 대강당을 수놓던 마법의 촛불처럼, 해방된 데이터들은 저마다의 빛을 발하며 새로운 금융 생태계의 탄생을 알렸다.
“이제 사슬은 끊어졌다. 자본의 용은 더 이상 탐욕의 제단에 갇혀 있지 않을 것이다.”
사이먼은 부서진 서버 랙 사이로 비쳐드는 차가운 달빛을 바라보았다. 거신은 무너졌으나, 이것은 끝이 아니었다. 무너진 질서 위로 새로운 ‘부의 평등’이라는 싹이 돋아나고 있었다. 샌프란시스코의 새벽 안개 너머로, 소믈링크의 신호음이 마치 거대한 종소리처럼 전 세계로 퍼져 나갔다.
데이터의 혈맥이 뚫린 자리마다, 평범한 사람들의 지갑 속에 BUZA의 비늘이 황금빛으로 새겨지고 있었다. 진정한 자본의 용이 마침내 그 거대한 날개를 펴고 실리콘 밸리의 상공을 향해 비상을 시작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