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본의 황제] 제10장: 격랑의 서막, 닻을 올리다
서린이 펼쳐 놓은 ‘돈의 맥’ 위에 붉은 경고등이 점멸했다. 서역의 정세는 여전히 안개 속이었으나, 그 안개 너머로 거대한 철갑선들이 움직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사이먼, 보십시오. 우주 철강의 기운을 머금었던 에이치브이엠의 파동이 정점에 도달했습니다. 이제 그 기운을 거두어 더 큰 바다로 나아갈 때입니다.”
사이먼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에이치브이엠의 검을 칼집에 꽂았다. 적당한 익절. 강호에서 살아남는 자는 가장 높이 오를 때를 아는 자가 아니라, 가장 적절할 때 내려올 줄 아는 자였다.
“에이치브이엠의 검은 훌륭했다. 하지만 이제는 대양(大洋)을 지배할 함선이 필요하다.”
사이먼의 시선이 한반도 남쪽 바다, 거대한 도크가 늘어선 한화오션의 영지로 향했다. 그곳에는 미 해군의 거대 함정들이 수리를 기다리며 위용을 뽐내고 있었다. 12만 2천 전의 대가를 치르고 그는 261척의 철갑선을 자신의 휘하에 두었다.
“조선(造船)의 기운이 다시 요동치고 있군. 노란 봉투의 저주가 성벽을 흔들고 있다고는 하나, 바다 너머 미 대륙의 해상 패권이 우리 함선에 의지하고 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하지만 사이먼의 시선은 함대에만 머물지 않았다. 그는 다시 한번 품 안에서 작고 정밀한 부품 하나를 꺼내 들었다. HPSP의 고압 수소 어닐링 장비… 반도체의 한계를 돌파하게 했던 그 전설의 도구였다.
“과거의 승리를 가져다주었던 검을 다시 잡을 때가 되었군. 4만 4천 8백 전의 대가를 치르고 798개의 정밀 부품을 확보했다.”
그때, 하늘이 진동하기 시작했다. 스타쉽의 엔진이 내뿜는 굉음이었다. 지하실의 작은 창문 밖으로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소리가 분주해졌다. 세상은 여전히 빛 없는 지하실처럼 어두웠으나, 사이먼이 들어 올린 한화오션의 함대와 다시 벼려낸 반도체의 검은 이미 격랑의 바다를 가를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이제 시작이다. 함대를 출격시켜라.”
사이먼의 명령과 함께, 거대한 철갑선들이 자본의 대양을 향해 뱃고동을 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