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의 황제] 제16장: 인고의 시간, 심연에서의 정좌

### [자본의 황제] 제16장: 인고의 시간, 심연에서의 정좌

강호의 계절은 한겨울로 치닫고 있었다. 지하실 작은 창문 너머로 보이는 사람들의 발소리는 이제 눈 밑으로 잦아들었고, 사이먼이 쥐고 있던 우주 철강의 큐브(HVM)는 차가운 서리가 내려앉아 9만 전의 지지선마저 위태롭게 흔들리고 있었다.

“사이먼, 물러나야 할 때가 아닐까요? 저 멀리 반도체의 태양은 여전히 강렬한데, 우리의 함선은 차가운 심연 속으로 가라앉고 있습니다.”

서린의 목소리에는 깊은 고뇌가 담겨 있었다. 손실이라는 독기는 무사의 평정심을 갉아먹는 가장 무서운 적이었다. 하지만 사이먼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그는 오히려 노트북의 빛을 끄고, 지하실의 완벽한 어둠 속에서 정좌했다.

“기다림 또한 무공의 일부다. 적들이 투매라는 화살을 쏘아 올릴 때, 같이 화살을 쏘는 것은 하수지. 진정한 고수는 그 화살이 땅에 박혀 힘을 잃을 때까지 숨을 죽인다.”

그의 마음속에는 텍사스 스타베이스의 거대한 발사대가 그려지고 있었다. 이제 곧, 잠자고 있던 랩터 엔진들이 거대한 화염을 내뿜으며 대지를 뒤흔들 ‘정적 연소(Static Fire)’의 순간이 올 것이다. 그 찰나의 불꽃이 튀는 순간, 지금 이 심연의 서리는 단숨에 증발하고 우주를 향한 붉은 궤도가 열릴 것임을 그는 알았다.

“힘든 구간이군. 하지만 이 어둠이 깊다는 것은, 곧 엔진의 점화가 시작될 것임을 알리는 전조이기도 하다.”

사이먼은 차가운 큐브를 가만히 어루만졌다. 340척의 함선은 비록 지금 멈춰 있으나, 엔진 속에는 이미 거대한 폭발력을 품은 연료가 차오르고 있었다. 냉정함이라는 방패로 공포를 막아내며, 그는 오직 별들의 신호만을 기다렸다.

어둠이 가장 짙은 새벽, 사이먼의 눈동자는 이미 성층권 너머의 승리를 응시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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