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의 황제] 제3장: 비수의 첫 격

오전 8시 59분.

여의도의 심장이 멈춘 듯한 정적이 흘렀다.

시우의 낡은 노트북 화면 속, 숫자들이 일제히 명멸하기 시작했다.

그는 보았다.

차트의 선들이 단순한 궤적이 아니라, 거대한 짐승의 근육처럼 꿈틀거리는 것을.

오늘, 코스닥의 한 중소형 제약사가 단 10분 만에 증발할 운명이었다.

“작전의 시작이군.”

시우의 입가에 서늘한 미소가 걸렸다.

김용의 소설 속 고수가 적의 초식을 미리 읽듯,

그는 세력들이 쳐놓은 그물의 코를 하나하나 집어내고 있었다.

42만 원.

누군가에겐 푼돈, 누군가에겐 생명줄.

시우는 그 푼돈을 가장 날카로운 비수로 제련했다.

엔터를 치는 손가락에 황금빛 진동이 실렸다.

탁.

찰나의 순간, 그의 전 재산이 거대한 파도 속으로 뛰어들었다.

Scene Image

시장이 개장하자마자 비명이 터져 나왔다.

‘바이오 넥스트’의 주가가 수직 낙하했다.

개미들의 절망이 모니터 너머로 전해졌다.

하지만 시우의 눈에는 달랐다.

그것은 톨킨의 용, 스마우그가 뿜어내는 화염처럼 보였으나

그 화염 뒤에 숨겨진 보물창고의 열쇠가 보였다.

“지금이다.”

모두가 투매를 외칠 때, 시우는 보이지 않는 흐름을 낚아챘다.

세력들이 물량을 받아먹기 위해 잠시 멈춘 0.1초의 공백.

그 틈을 파고든 42만 원은 순식간에 몸집을 불리기 시작했다.

100만 원. 200만 원. 500만 원.

수익률 1,000%라는 비현실적인 숫자가 찍히는 데 걸린 시간은 단 5분.

롤링의 마법 지팡이조차 이보다 빠르지는 못할 터였다.

시우는 숨을 죽였다.

이제 여의도의 포식자들이 이 낯선 침입자의 존재를 눈치챌 시간이었다.

첫 번째 사냥은 성공적이었으나, 이것은 1조 원의 전설을 위한 서막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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